‘맛술사’는 ‘맛’을 주제로 한 연극이다. 공연 중 직접 요리를 하거나 무대 위에 음식이 오르진 않는다. 한데 공연 내내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기분 좋은 맛이 입 안에 퍼지는 느낌이다. 마치 한 상 가득 잘 차려진 진수성찬을 대한 듯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맛의 마술사들과 함께 흥겨운 ‘맛 훈련’을 완수한 덕분이다. ‘맛술사’는 맛이 주는 무한한 행복을 일깨우는 맛깔스런 연극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요리대회를 앞두고 세 명의 한국 대표가 선발된다. 이들은 첩첩산중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맛 훈련’을 받는다. 관객들 역시 동참하게 되는 이 훈련의 목표는 ‘오감(五感)을 활짝 열어 온 몸으로 맛을 느끼는 것.’

가장 먼저 모든 근심 걱정을 버리고 긴장을 풀어 몸과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한다.
잡념을 버리고 즐거운 식사를 생각하며 온 몸의 세포를 깨울 준비한다. 음식이 앞에 놓이면 눈으로 감상하고, 손으로 만져 음식의 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 후각을 깨운다. 음식을 조금씩 입 안에 넣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50번 정도 씹는다. 경쾌하게 씹는 소리는 청각을 자극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미세하게 달라지는 맛이 혀와 잇몸·입천장을 건드린다. 음식을 삼키고 나면 행복감과 충족감이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퍼진다.

‘맛술사’를 통해 터득하는 ‘맛있게 먹는 법’은 이렇듯 그리 어렵지 않다. 화려한 인테리어 뽐내는 레스토랑에서 큰 맘 먹고 거액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음식을 감사히 여기고 그것을 천천히 음미하며 내 몸 구석구석의 반응에 집중하면 된다. “맛있게 먹는 것은 곧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극중 대사처럼, ‘맛있게 먹기’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즐거우면서도 쉬운 길이다.

공연 중간에 이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입장 할 때 받은 떡과 바나나·생수 한 병을 배운 대로 배우들과 함께 ‘오감을 이용한 시식’을 즐긴다. 그동안 무심코 먹어온 떡과 바나나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새로운 맛이 숨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공연을 보며 송이버섯·보리굴비를 이용한 요리법과 김치찜·생태탕·신선로·조랭이 떡국 등의 조리법도 얻을 수 있다. 고기를 살 때는 4~7도 사이에서 열흘 정도 냉장 보관한 것이 좋고, 북경 오리구이는 껍질과 고기를 같이 먹어야 제 맛이라는 정보도 유용한다.

윤미나 연출자는 “연극 테마로는 생소한 ‘맛’을 어떻게 풀지 고심이 많았다”며 “관객들에게 올바른 식습관과 그를 통해 얻는 맛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한다. ‘맛술사’는 4월 11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의 한화세실극장에서 계속된다

조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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