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주는 맛

오감을 활용한 맛의 영역은 어느 하나의 만족이 아니다. 순간 순간 변하는 오감의 만족감을 한꺼번에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을 알아차리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맛이라 함은 보통의 생각으로 대표적인 미각을 이야기할 뿐이지 다른 감각의 기능들은 중요하게 인 식하지 않는다. 후각에서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음식은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과연 어떤 맛일까 하는 의문은 냄새가 주는 본능으로 판별하는데 익숙해져서이다. 음식의 냄새를 일정시간 이상 맡게 되면 음식 맛이 뚝 떨어진다. 식욕을 부추기는 맛도 있지만 과도한 냄새는 식욕을 가라앉힌다. 배부름에 대 한 만족을 냄새로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냄새는 뇌를 빠르게 자극 시키면서 그 느낌을 온몸에 쉽게 전달시킨다. 아로마테라피라는 향기 치료영역에서 간단한 스트레스나 신경성에서 오는 병들까지도 치료하 는 것을 보더라도 냄새가 주는 느낌의 영역이 얼마나 지대한 효과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요리를 하면서 일어나는 냄새로 고객을 사로잡는 방법도 하나의 기술로 인정받아야 할 정도로 음식의 냄새는 휘발성이 강한 향취제이다. 위장에 음식물이 잔뜩 쌓이는 것이 ‘배부름’ 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학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음식 냄새가 많이 나는 주방에 들어갔다 나오면 입맛이 뚝 떨어지는 경험을 많이 한 조리사들은 알겠지만 냄새를 활용한 맛의 연출은 숨어있는 조리 방법중 하나이다.

미각과 시각만 선호하는 사람들

맛을 이해하기 위해서 오감을 다양하게 경험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그러한 감각이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조리를 하는 사람들조차도 오감의 영역이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각과 시각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맛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맛을 탐구하는 학문적인 영역이 아니라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을 확인하는 것이다. 맛에 대하여 조리사들은 탁월한 기본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단지 숨어있는 오감의 능력을 깨워내지 않아 일부 잠자고 있을 뿐이다. 음식을 맛있게 보여주기 위한 것에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을 어떻게 바라보면 더욱 맛있게 볼 수 있을까에 대해서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자극적인 색을 많이 쓰기도 하지만 뭔가 어설프게 완성하여 실제로는 맛있는 음식의 격이 떨어지는 예도 많다. 감각을 깨워내는 것은 감촉을 살아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에서 작동하는 신경 기능 전체를 깨워내야 한다. 미각을 살린다고 혀만 관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감각을 알아차리는 감지 능력을 살려내야 하고 감지는 평상 시 집중력과 안정감에서 그 가치가 평가되기도 한다.

맛을 느끼는 감각 깨워내기

 인체의 감각기능이 모두가 연결되어 딱히 하나만 기능적으로 훈련시켜 발달시키기가 쉽지 않다. 음악가들은 청각 기능이 발달되어 있지만 너무도 발달된 청각 기능으로 인해 다른 기능들이 무시되어 약화되기도 한다. 주방에서 움직이는 동선을 보면 조리를 하느라 손과 발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기본적으로 오감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어느 직업보다도 부지런하게 온 몸을 움직이고 있으며, 감각의 기능들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단지 기능적으로 움직이면서 힘든 노동으로 인식하는 게 흠이기도 하다. 오감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며 나를 어떻 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하여 자꾸 의구심을 가지게 되면 감각들은 조금씩 깨어나리라 본다. 오감을 깨우는 것은 학습에 의해서는 어렵다. 이론은 조금 알아야 하겠지만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고 맛은 감각을 한꺼번에 깨우는 종합적인 운동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맛의 명장이 되기 위한 노력은 결국 조리사들의 몫인데 언젠가는 맛에 대하여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날 것이다.

조리 실력은 맛의 감별능력이 좌우한다.

젊은 조리사들이 훨씬 빨리 깨침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가졌지만 너무도 성공에만 눈떠있어 오감을 알아차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너무도 쉬워 놓치는 게 오감이 주는 맛이다. 조리 경력이 10년을 넘기면 고수와의 조리 실력은 줄어 들게 되지만, 결국은 그가 가지고 있는 오감의 감지능력 정도가 깊은 맛을 감지해 내면서 실력으로 인정받게 된다. 맛이 조리 실력의 상위선상에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조리사들은 맛의 중요성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지만 오감이 주는 역할에 대하여는 멀리 하고 있다. 듣는 법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맛과 관련이 있는가에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리도 맛을 즐기는 하나의 테크닉이다. 이제는 맛이 주는 느낌의 시대 가 새롭게 열려지고 있다. 어떠한 음식이 맛있는가에서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먹는가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호텔&레스토랑에서 발행한 종이 잡지에 실린 조기형의 못다한 ‘맛’ 이야기 중에서…
JANUARY 2010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조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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