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미식가가 먹은 음식의 가격은 315달러나 한다고 합니다.
음~~ 하는 신음 소리와 신기하게 맛있다… 첨 느껴보는 맛의 조화 등등… 비싼 미슐랭 3스타 음식을 맛보면서 모호한 표현으로 10분간의 동영상을 일관하고 있는 미식가.
(개인적으로) 신기하게도 동영상을 보면서 동영상 속의 여성이 마치 갓 말을 뗀 아이처럼 맛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밥 한알 먹고 두 페이지로 표현하는 맛 평가사와 비교하면 표현에 관한 한 너무 어리게 느껴집니다.
흐으음~~ “고소함과 상큼함이 공존. 신기하게 맛있음.”
“맛 있는데, 첨 느껴보는 맛의 조화”
“다양한 맛들이 한 입에 공존하는 것 같아…”
“막 이래” (말로 표현이 안되니 몸을 써서라도 …ㅎㅎ)
“나는 미식가는 아닌가보다. 캐비오는 짭쪼름함~”
“먹어본 것들 중에 젤 맛있었음. 부들부들 연해서 입에서 녹음.”
“완전 맛있어”
“그래서 약간 그 민티한 맛을 느끼실 수 있을거예요.”
“Mmmmmm! 으으음~ (너무 맛있다)”
“민트 때문인지 진짜 풍미가 장난 아님…”
“Mmmmmmm~ 너무 맛있다 x 2”
키친 투어 중 “Mmmmmmmm~ 새콤달콤한게 너무 맛있었어요.”
10분짜리 동영상에서 맛 표현은 어린 아이와 같이 유치하지만, 맛 이외의 음식을 둘러싼 환경적인 부분들을 살펴보면 미식가를 지향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겁니다.
다음은 맛 평가사가 함흥냉면을 먹고 맛을 표현한 글로 일반 미식가와 비교되는 오감의 세밀한 표현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함흥냉면
메밀 면발 위에 전체적으로 통깨가 뿌려져 있다. 어떤 것은 통깨 모양이 살아있는 것도 있고, 으깨져 있기도 하다. 통깨는 어지러이 면발 위에 사정없이 흩어져 있는데, 군데 군데 으깨진 통깨가 으스러져 흩뿌려진 모습에서 군침이 돈다. 그 광경은 면이 입에 들어갔을 때 입안 가득 퍼질 질감이 단순한 미끈함이 아니라 겹겹의 자극이 될 것임을 예고하며 즉시 식욕을 당긴다. 그릇을 양손에 쥐고 국물을 먼저 맛보았다. 벽 한쪽에는 ‘물냉면 맛있어요. 대박 나세요’라고 쓴 유명 여배우의 평이 적혀져 있다. 그분이 추천하는 국물 맛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 하면서 들이켠다. 자세히 보니 아주 미세한 물방울 크기의 미세한 얼음들이 면발 사이사이에 떠 있고, 입에 들어가면서 쨍 하는 느낌을 준다. 그래. 이것이 냉면이지. 처음 들이킨 국물 맛은 단순치 않았다. 적당히 달고 적당히 신 것이, 어떤 추가적인 양념도 필요 없었다. 그런데 달고 신 맛 속에 중심을 잡고 있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 짭조름한 맛이기도 하고, 점잖은 향이다. 그 감각을 적절히 표현할 단어를 찾아보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면을 가위로 잘랐는데, 양이 전체적으로 많지 않은 관계로, 지난 번 배고플 때처럼 허겁지겁 먹어 눈깜짝할 사이에 없어질까 두려워, 되도록이면 오래 오래 씹기로 한다. 면발을 오래 씹으면서 목으로 빨리 넘기려는 욕구를 제어해 본다. 그럴수록 타액이 입안에 분비되면서 음식을 의도적으로 넘기지 않는 데서 오는 목 주변 근육의 통증을 지켜본다. 면발은 아주 탱글탱글하였다. 면발과 섞인 자잘한 얼음 조각들도 그렇고, 통깨도 곁들어져 씹히는 감각은 아주 흥미롭다. 단순히 부드럽고 졸깃한 것만 아니고, 텁텁하면서 으깨지는 감각이 더해지고, 이 사이에서 면발이 씹힐 때 탄력 있는 면발은 미끌어지며 이리 도망가고 저리 도망간다. 신중히 이 사이에 조준한 면발에 천천히 압각을 가하자, 이 사이에 낀 면발이 터지면서 미세하게 오도독 같은 소리를 내고, 면 사이의 기포가 터지면서 흥미로운 감각이 연출된다. 고기 두 점은 아주 얇게 저며져 있는데, 고기의 향이나 맛은 독특하게 존재감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저 씹기 좋게 잘 저며져 있구나 하는 생각을 유발하였다. 고기의 남은 작은 조각을 보통 씹던 이가 아닌, 다른 이들, 왼쪽 안쪽의 양 이 사이로 씹으니 부드럽게 으깨지면서 다져지는 조각들의 질감이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채 썬 무 조각들은 적당하게 시고 상큼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곁들어진 사이드 디쉬에 담긴 동일한 무조각들을 건져 내어 면 위에 놓고 배로 먹으니, 점점 더 신맛이 강하게 올라오며 그 맛에 균형을 잡아줄 새로운 맛을 필요로 하였다. 국물을 마시는데 겨자장이 화아– 한 감각을 유발하며 어느 정도 탁해진 국물이 되어, 순간 균형을 잡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몇 번 더 국물을 들이켜면서 뭔가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달고 신맛에 치우쳐져 있으니 시식이 끝나갈수록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중간 중간 고개를 들어 넓고 나즈막한 창 건너를 쳐다보는데, 보통 주의가 가는 법이 없이 무심코 지나쳤던 건너편 나무 그늘에 시선이 머문다. 늘 지나가며 보는 풍경이건만, 새롭고 낯선 풍경으로 인식된다. 시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보통 때는 시식 중간 중간, 몸 전체에 퍼지는 파스 붙인 듯한 느낌이 퍼지는 것을 확인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입 안에서 달고 짭조름한 국물맛을 기억하는 혀의 입자들이 계속해서 그 맛을 회고하며 반복해서 입맛을 다시고 있다.
- 일반 미식가와 맛 평가사의 맛 표현을 비교해봤습니다 - 2019년 2월 11일